급식비 밀린 학생은 이거 먹어라?…美 공립학교 ‘점심 창피주기’ 논란
수정 2019-05-10 17:40
입력 2019-05-10 17:40
미국 학교는 보통 선불로 급식을 제공한다. 부모가 정해진 계좌에 급식비를 미리 입금하면 매일 공제하는 방식이다. 만약 급식비 계좌에 돈이 부족하면 학생은 정규급식을 먹을 수 없다. 학교 대부분이 대체급식을 제공하지만 일부는 모욕적인 방법으로 급식비를 독촉하기도 한다. 앨라배마주의 한 학교는 급식비 납부 기한을 넘긴 학생에게 “나는 급식비가 필요해요”(I Need Lunch Money)라고 적힌 도장을 찍는 등 면박을 주었으며, 어떤 학교는 음식을 쓰레기통에 버리도록 지시했다. 현지언론에 따르면 급식비 계좌 잔액이 마이너스인 학생에게 ‘부모가 빚을 갚지 않았다’는 문구가 적힌 손목 밴드를 착용시킨 사례도 있었다.
그러나 워릭공립학교는 현재 약 1,650명의 학생이 급식비를 미납했으며 이들 중 70%는 무상급식 등록도 되어 있지 않은 상태라고 밝혔다. 지난 5일 워릭공립학교는 7만7000달러에 달하는 미납액을 더는 감당할 수 없다며 앞으로 급식비 미납 연체자에게는 대체급식을 제공하기로 했다고 공지했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학부모와 지역사회 및 미국 언론은 일제히 학교의 결정을 비난하고 나섰다. 한 학부모는 “학교 급식이 하루 중 유일한 식사인 학생도 있다”고 지적했다. 다른 학부모는 “지난달 학교에서 급식비 0.05센트가 밀렸다는 독촉장을 세 번이나 받았다”고 밝히고 “지금 동전 몇 푼 때문에 대체급식을 먹이겠다는 거냐”고 항변했다.
논란이 거세지자 학교 측은 나흘 만에 입장을 바꿔 대체급식 제공 자체를 무효화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CBS는 9일 워릭공립학교 측이 ‘점심 창피주기’ 관행의 일환으로 대체급식을 제공하려던 계획을 철회하고, 모인 기부금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논의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끊이지 않는 급식 소동 속에 로드아일랜드주 교육 전문가들은 급식비 때문에 학생들이 수치심을 느끼는 일은 없어야 한다며 소득과 관계없이 모든 학생이 동일한 점심을 먹을 수 있도록 무상급식을 제공하는 방향으로 주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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