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코로나 속 생이별…인형옷 입고 1년 만에 손주 안은 조부모
권윤희 기자
수정 2020-12-29 11:31
입력 2020-12-29 11:24

크리스마스였던 25일, 웨스트요크셔주 리즈시 닐 월쇼(45) 집 앞에 커다란 북극곰 두 마리가 나타났다. 2m에 달하는 북극곰들은 다름 아닌 월쇼가의 조부모였다. 처음에는 겁을 집어먹고 도망가기 바빴던 손주들은 북극곰이 할아버지, 할머니라는 사실을 알고 달려가 품에 안겼다. 팬데믹 이후 첫 포옹이었다.

그때 할머니가 한 가지 제안을 했다. 인형옷을 입고 신체적 접촉을 피하자는 얘기였다. 아들 부부는 곧장 인형옷을 주문했다. 그리고 크리스마스 당일 아들 부부는 “곰 사냥을 하러 가자”며 아이들을 집 밖으로 유인했다. 그 사이 인형옷을 갈아입은 조부모는 집 앞에서 애타게 그리던 손주들을 만났다.

할머니는 “손주들은 왜 할머니 할아버지를 만날 수 없는 건지 이해하지 못했다. 우리는 일주일에도 이삼일씩 손주들을 데리고 있었다. 하지만 우리가 코로나19에 감염되면 괜히 손주들이 본인들 잘못이라 생각할까 봐 조심스러워 만날 수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올해는 정말 힘든 한 해였다. 손주들과 포옹을 나누면서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감정을 느꼈다. 최고의 6분이었다”고 울먹였다.
아들 역시 “우리 인생 최고의 포옹이었다. 아이들도 평생 잊지 못할 것”이라면서 “너무 힘든 한 해였지만, 부모님이 다녀가시고 집 안에 온종일 활기가 돌았다. 단연 우리 동네 최고의 할머니 할아버지”라고 감사를 표했다.

하지만 기존 대비 전파력이 70% 더 강한 변종이 출현하면서 확진자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28일 영국 내 일일 신규 확진자는 4만1천385명으로, 지난 3월 팬데믹 이후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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