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매매 법적 허용”…전기톱 든 ‘남미의 트럼프’ 결국 대통령 당선

송현서 기자
수정 2023-11-20 13:27
입력 2023-11-20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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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티나 자유전진당의 대통령 후보 하비에르 밀레이(가운데)가 지난 9월 12일 전기톱 퍼포먼스를 선보이는 모습. 극우 성향의 밀레이는 19일 치러진 아르헨티나 대선 결선 투표에서 승리했다 AP=연합뉴스
아르헨티나 자유전진당의 대통령 후보 하비에르 밀레이(가운데)가 지난 9월 12일 전기톱 퍼포먼스를 선보이는 모습. 극우 성향의 밀레이는 19일 치러진 아르헨티나 대선 결선 투표에서 승리했다 AP=연합뉴스
아르헨티나 대통령선거 결선 투표에서 극우 성향의 자유전진당 후보인 하비에르 밀레이(53)가 승리를 거두면서 아르헨티나 사회 전반에 큰 변화가 닥칠 것으로 예상된다.

밀레이 후보는 19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 내무부 중앙선거관리국의 대선 결선 투표에서 개표율 91.81% 현재 득표율 55.86%를 기록해 승리를 확정했다.

결선 투표에서 밀레이 후보와 대결한 현직 경제부 장관이자 여당 후보인 세르히오 마사(51)의 득표율은 44.13%로 집계됐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닮은 행보로 ‘남미의 트럼프’, ‘아르헨의 트럼프’로 불려온 밀레이 당선인은 선거 운동 당시 자국 통화를 현재 페소화에서 미국 달러화로 바꾸는 급진적인 개혁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더불어 장기매매 허용, 총기 사용 허가 등 과격한 공약을 내세웠고, 현지 극우 시민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았다.

해당 공약들이 1차 투표 이후 지나치게 급진적이라는 지적을 받자 공약 철회의 가능성을 내비치기도 했지만, “기후변화는 거짓말”이라고 주장하거나 “성교육은 가족 파괴”라는 발언 등이 연이어 화제를 모았다.

선거 운동 기간에는 커다란 전기톱을 들고 유세 활동을 해 전 세계의 주목을 받기로 했다. 당시 전기톱은 정치적으로 유권자들이 환멸을 느끼는 기성 정치를 잘라버리겠다는 의미, 경제적으로는 불필요한 각종 사회 정책 보조금을 없애버리겠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이후 전기톱은 밀레이 당선인의 상징이 되기도 했다.

경제·외교 등 전 분야에서 변화 예고과격한 공약과 독특한 언행으로 주목받은 밀레이가 대통령으로 당선됨에 따라, 아르헨티나 사회 전반, 특히 경제 분야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아르헨티나 안팎에서는 밀레이 후보의 집권으로 이미 가치를 평가하기 어려운 상태가 되어버린 페소화가 ‘휴짓조각’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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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 대선 결선에서 승리한 하비에르 밀레이 당선인이 대선 결선 투표를 앞둔 지난 16일 코르도바에서 연 마지막 유세에서 100달러 디자인에 자신의 얼굴을 인쇄한 피켓을 들고 환호하는 모습. AP 연합뉴스
19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 대선 결선에서 승리한 하비에르 밀레이 당선인이 대선 결선 투표를 앞둔 지난 16일 코르도바에서 연 마지막 유세에서 100달러 디자인에 자신의 얼굴을 인쇄한 피켓을 들고 환호하는 모습. AP 연합뉴스
페소화 가치는 한국시간으로 20일 오전 10시 기준 3.69원으로, 1년 전인 지난해 11월 20일 8원대에 비해 46% 수준으로 가치가 떨어졌다. 같은 시간 달러화 대비 페소 가치는 1달러당 350페소대로 1년 전 160페소대에서 2배 이상 상승했다.

외교 분야에서도 변화가 예고된 상황이다. 

밀레이 당선인은 중국, 브라질, 메르코수르(MERCOSUR·공동시장을 추진하는 아르헨티나, 브라질, 우루과이, 파라과이 등 남미 4개국) 등과의 교역에 비판적인 입장을 여러 차례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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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자들에게 환호하는 하비에르 밀레이 ⓒ AFP=뉴스1
지지자들에게 환호하는 하비에르 밀레이 ⓒ AFP=뉴스1
특히 중국에 대해서는 “공산주의자들과 거래하지 않을 것”, “중국에는 자유가 없고, 원하는 걸 하려 하는 사람은 살해한다” 등의 발언을 통해 공개적으로 반중 감정을 드러내 왔다. 

이에 따라 지난 8월 승인을 받은 브릭스(BRICS·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프리카공화국) 가입도 철회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경제난이 극심한 아르헨티나의 중국 의존도가 낮지 않은 상황인 만큼, 밀레이 당선인이 중국과의 관계를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최근 격한 분쟁을 치르고 있는 이스라엘과 관련해서는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미국 및 이스라엘과 협력 체계를 더욱 공고히 다질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제는 바나나도 못 사먹는 나라”한편, 이번 선거 결과는 최악의 경제난 속에서 아르헨티나 유권자들이 기존 정치권에 분노와 실망을 표출한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아르헨티나는 한때 전 세계에서 잘 사는 국가 5위 안에 들 정도의 부유국이었지만, 130~150%에 이르는 고물가와 페소 가치 폭락으로 최악의 경제난을 겪는 국가가 됐다. 이미 국민의 40%가 빈곤 상태에 놓여있는 처지다.

이에 현지 언론인 부에노스아이레스 타임스는 17일 “경제적 혼란과 막대한 부채로 아르헨티나의 ‘국민 과일’로 꼽히는 바나나조차 시장에서 찾아볼 수 없게 됐다”고 지적했다.

송현서 기자 huimin0217@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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