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인간 도살장’에서 살아남은 어린아이…‘매일 50명 교수형’ 감옥서 구출

송현서 기자
송현서 기자
수정 2024-12-09 10:09
입력 2024-12-09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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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현지시간) 이슬람 무장세력 하야트타흐리트알샴(HTS)을 주축으로 한 시리아 반군이 다마스쿠스를 점령하고 세드나야 군사교도소에 있던 수감자들을 석방했다. 사진은 정부군이 운영하면서 악명 높던 세드나야 교도소에 갇혔던 아이가 걸어 나오는 모습.  세드나야 교도소 수감자 및 실종자 협회(ADMSP) 제공
8일(현지시간) 이슬람 무장세력 하야트타흐리트알샴(HTS)을 주축으로 한 시리아 반군이 다마스쿠스를 점령하고 세드나야 군사교도소에 있던 수감자들을 석방했다. 사진은 정부군이 운영하면서 악명 높던 세드나야 교도소에 갇혔던 아이가 걸어 나오는 모습.
세드나야 교도소 수감자 및 실종자 협회(ADMSP) 제공


10여 년 간 내전을 이어왔던 시리아의 반군이 파죽지세로 주요 도시를 점령한 끝에 수도 다마스쿠스까지 장악했다. 이로써 수십 년간 철권통치를 이어온 바르샤 알아사드 대통령의 시대가 끝이 났다.

8일(현지시간) 이슬람 무장세력 하야트타흐리트알샴(HTS)을 주축으로 한 시리아 반군은 “다마스쿠스가 해방됐다”고 선언했다. 이후 곧바로 다마스크수를 장악하고 정부기관 및 교도소 등 공공기관을 통제하기 시작했다.

HTS 측은 “시리아 정권 하에서 억울하고 부당하게 감옥에 갇힌 모든 사람을 석방했다”고 밝혔다.

공개된 영상은 ‘인간 도살장’으로 불리던 시리아의 감옥에서 4~5세로 추정되는 어린아이가 걸어 나오는 모습을 담고 있다.

튀르키예에 본부를 둔 세드나야 교도소 수감자 및 실종자 협회(ADMSP)가 공개한 영상에 등장하는 아이는 어머니와 함께 아사드 정권 하에서 다마스쿠스 외곽에 있는 군사 교도소인 세드나야 교도소에 수감돼 있었다.

알아사드 정권을 무너뜨린 반군은 세드나야 감옥 내 감방에 달린 자물쇠를 필사적으로 끊어내고 여성 수감자 및 함께 있던 어린 아이들을 세상 밖으로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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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현지시간) 이슬람 무장세력 하야트타흐리트알샴(HTS)을 주축으로 한 시리아 반군이 다마스쿠스를 점령하고 세드나야 군사교도소에 있던 수감자들 석방하자 갇혀있던 여성들이 웃으며 밖으로 나오고 있다. X 캡처
8일(현지시간) 이슬람 무장세력 하야트타흐리트알샴(HTS)을 주축으로 한 시리아 반군이 다마스쿠스를 점령하고 세드나야 군사교도소에 있던 수감자들 석방하자 갇혀있던 여성들이 웃으며 밖으로 나오고 있다. X 캡처


엑스(옛 트위터)에 공개된 영상에서는 세드나야 교도소에서 풀려난 여성 수감자가 기쁨의 눈물을 흘리거나, 현재 상황에 놀라 열린 감방 문 밖으로 나오지 못한 채 서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풀려난 수감자들은 교도소 밖에 대기돼 있던 버스를 타고 각자의 집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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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현지시간) 시리아에서 악명 높던 세드나야 교도소에 갇혀 있던 아이가 걸어나오고 있다.  세드나야 교도소 수감자 및 실종자 협회(ADMSP) 제공
8일(현지시간) 시리아에서 악명 높던 세드나야 교도소에 갇혀 있던 아이가 걸어나오고 있다.
세드나야 교도소 수감자 및 실종자 협회(ADMSP) 제공


반군 측은 “우리는 시리아 국민과 함께 수감자들을 석방하고 쇠사슬을 풀어줬다”며 세드나야 교도소로 인한 불의의 시대가 끝났다는 사실을 자축했다.

이날 시리아 반군에 의해 세르나야 교도소에서 풀려난 수감자는 3500명 이상으로 알려졌다.

‘인간 도살장’…악명 높은 세르나야 교도소의 실체세드나야 교도소는 시리아 정부가 체포한 시리아 반군과 그의 가족 수천 명이 구금된 장소였다. 2011년에는 이 교도소 수감자 중 최소 5000명에서 최대 1만 3000명이 교수형에 처해졌으며, 수감자 수천 명을 살해하고 고문한 탓에 ‘인간 도살장’이라는 악명이 붙기도 했다.

그러나 아사드 정권은 이 교도소에서 수감자 수천 명이 살해된 사실과 그들의 유해를 처리하기 위해 비밀 화장터를 운용해왔다는 온 의혹 등을 모두 부인해 왔다. 또 미국 국무부가 이 감옥에서 매일 최대 50명이 교수형을 당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현실과 동떨어진 할리우드 스토리”라고 비난했다.

과거 세르나야 교도소에 수감된 경험이 있는 오마르 알쇼그레는 BBC에 “10대 시절 3년 동안 교도소에 갇혀 지냈기 때문에 그 고통과 외로움과 절망을 알고 있다”면서 “그들(시리아 정부군)은 내가 너무 사랑했던 사촌을 직접 고문하도록 강요하며, 명령을 따르지 않으면 사촌과 나를 모두 처형할 것이라고 위협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시리아 인권 네트워크는 2011년 이후 13만 명 이상이 세르나야 교도소에 구금됐다고 추정한다.

다마스쿠스 점령한 시리아 반군 HTS의 역사알아사드 정권의 독재정치를 끝낸 이슬람 무장세력 HTS는 아부 무함마드 알졸라니가 설립했으며, 현재 시리아에서 가장 강력한 반군 세력이다.

초기에는 국제테러단체인 알카에다와 연계해 활동했으나 2016년 알카에다와 공식적으로 결별하고 단체명을 HTS로 변경했다. 이슬람주의와 민족주의를 결합한 온건 노선으로 전환하면서 여성에게 히잡으로 얼굴을 가려야 한다거나 금연을 강요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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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이하 현지시간) 이슬람 무장세력 하야트타흐리트알샴(HTS)을 주축으로 한 시리아 반군에 의해 악명높은 세드나야 교도소에 갇혀 있던 사람들이 교도소 밖으로 나와 환호하는 모습.
8일(이하 현지시간) 이슬람 무장세력 하야트타흐리트알샴(HTS)을 주축으로 한 시리아 반군에 의해 악명높은 세드나야 교도소에 갇혀 있던 사람들이 교도소 밖으로 나와 환호하는 모습.


미국은 HTS를 테러단체로 분류했으나, 알아사드 정권 역시 미국의 적으로 꼽히는 만큼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반면 알아사드 정권을 지원해 온 러시아는 시리아 반군의 다마스쿠스 점령 이후 피신한 알아사드 대통령의 망명을 받아들였다.

8일 러시아 크렘린궁 소식통은 “알아사드와 그의 가족들이 모스크바에 도착했다”면서 “인도주의적 고려에 따라 알아사드 일가의 망명을 허가했다”고 전했다.

알아사드 대통령의 러시아 망명으로 53년간 지속됐던 아사드 가문의 시리아 통치가 막을 내렸다. 국제사회는 시리아의 새로운 정치적 변화가 중동 정세에 또 다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송현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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