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체스터Utd No.13 박지성의 ‘무한도전’

업데이트 2008-05-01 11:29
입력 2008-05-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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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성이 또 한번 대한민국을 설레게 했다. 2002년 한ㆍ일 월드컵 포르투갈 전에선 멋진 결승골로, 04-05 챔피언스리그 4강 AC밀란 전에선 한국인 최초의 본선 첫 골로 대한민국을 설레이게 했던 박지성이 이번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를 9년 만에 결승으로 이끈 것이다.

“환상적이다. 무슨 말로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 모스크바행을 확정 지은 뒤 가진 인터뷰에서 밝힌 박지성의 소감이다. 그렇다. 무슨 말로 표현 할 수 있겠는가. 맨유에겐 68년과 99년에 이어 역대 3번째 유럽무대 정상에 오를 기회를 잡은 것이며 박지성 본인에겐 첫 메이저 대회 결승무대이다. 좋지 아니한가.

2002년 12월 겨울 이적시장을 통해 유럽무대에 데뷔했으니 어느덧 횟수로 6년째 접어들고 있는 박지성이다. 그동안 주전경쟁과 부상 그리고 적응 등을 이유로 하루도 편할 날이 없었다. PSV 아인트호벤 진출 첫 시즌에는 홈팬들의 야유로 인해 어웨이 경기에만 출전해야 했고 반 봄멜(바이에른 뮌헨)등 팀 동료들의 비난도 감수해야 했다.

그러나 박지성은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며 보란 듯이 에레디비지에(네덜란드 리그) 최고의 공격수로 거듭났고 04-05시즌 팀을 챔피언스리그 4강으로 이끌며 유럽무대에 자신의 존재 알렸다. 오로지 축구만을 생각하는 ‘성실함’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사실 그동안 박지성이 걸어 온 길은 ‘무한도전’에 가깝다. 앞서 언급했듯이 좌절할 수도 있었던 네덜란드 시절을 ‘성실함’이란 무기만을 가지고 이겨냈으며 맨유라는 빅 클럽에서도 벤치를 지킬 것이라는 주변의 비아냥을 오로지 노력으로 극복해 냈기 때문이다.

맨체스터Utd No.13 박지성의 ‘무한도전’

박지성이 맨유에서 부여받은 첫 도전은 ‘볼 키핑력’이었다. 박지성은 네덜란드 시절과 비교해 패스의 강도와 스피드가 훨씬 빠르고 강력한 잉글랜드 스타일을 적응하는데 조금 애를 먹는 모습이었다. 불안한 골 키핑력은 볼을 안전하게 소유하지 못하게 했고 이를 빼앗기지 않기 위한 동작을 하다 보니 자주 넘어지는 모습을 보이곤 했다.

3년이 흐른 지금, 여전히 불안한 볼 키핑력을 지적받곤 하지만 골에어리어 근처에서의 완벽한 골 키핑력이 부족할 뿐 입단 첫 시즌과 비교해 훨씬 안정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는 최근 박지성이 자주 넘어지거나 원터치 이상의 불필요한 동작이 보이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박지성의 두 번째 도전은 ‘골 결정력’이었다. 본래 박지성은 골을 많이 넣는 선수가 아니다. 때문에 그에게 매 시즌 10골 이상을 주문하는 것은 다소 무리한 요구였다. 그러나 맨유라는 빅 클럽에서 뛰고 있는 그에 대한 기대치는 이미 높아질 때로 높아진 상태였으며 매년 주전 경쟁자들과의 비교를 당하는 박지성에게 골은 필수조건이었다.

골을 원하는 팬들의 요구에 박지성은 애써 조급한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조금씩 골 욕심을 내고 있었다. 입단 첫해 3골(리그2골/리그컵1골)을 기록하며 골 결정력에 대한 지적을 많이 받은 박지성의 움직임은 입단 후 두 번째 시즌인 06-07시즌에 확실히 달라진 모습을 보인다.

그는 첫 시즌과 달리 자주 중앙으로 쇄도했고 마치 공격수와 같은 움직임을 선보였다. 본격적인 골 결정력 보완에 돌입한 것이다. 뜻하지 않은 수술과 그로인한 장기부상으로 박지성의 골 결정력 보완은 미완으로 남았지만 14경기(선발8/교체6)에 출전해 5골을 성공시키는 등 그의 노력은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

박지성의 세 번째 도전은 ‘융화력’이었다. 올 시즌 박지성의 진가가 발휘되는 데에는 동료들의 믿음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맨유 입단 초창기와 비교해 박지성에게 향하는 패스가 눈에 띄게 증가한 것도 이러한 동료들의 강한 믿음이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지난 시즌만 하더라도 맨유라는 톱니바퀴에 박지성이 잘 맞물리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골을 넣더라도 동료들과의 연계 플레이보다는 문전 앞 쇄도를 통한 골이 많았고 중요한 순간에 박지성을 외면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하곤 했다.

특히 경기에 뒤지고 있거나 골이 필요한 상황에서는 박지성보다 개인기가 뛰어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에게 패스를 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올 시즌은 다르다. 눈에 띄게 달라진 모습은 아니지만 챔피언스리그 무대라는 중요한 경기에서 동료들이 박지성을 믿고 그를 이용하는 플레이를 자주 보였다. 눈에 보이진 않았지만 서서히 맨유라는 팀에 박지성이 녹아들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젠 완벽한 맨유맨이 됐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밖에도 박지성은 긴 부상이라는 선수생명 최대의 위기를 슬기롭게 헤쳐 나갔고 거액을 들여 영입한 신예 선수들과의 치열한 주전경쟁에서도 굴하지 않고 자신의 존재가치를 입증시켰다. 끊임없이 주어지는 도전에 굴하지 않고 용기 있게 맞서고 있는 것이다.

박지성의 무한도전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절반의 성공으로 끝난 골 결정력을 좀 더 보완해야 할 것이며 매년 겪고 있는 주전경쟁은 내년에도 변함이 없을 것이다. 게다가 이번 시즌도 아직 끝이 난 상황이 아니다.

부상으로 우승 트로피 수여식을 지켜봐야만 했던 지난 시즌의 아쉬움을 달래야 할 것이며 세계인의 이목이 집중될 모스크바에서 챔피언스리그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려야 한다. 앞으로 펼쳐질 박지성의 ‘무한도전’이 기대되는 이유이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유럽축구통신원 안경남 soccerview.ah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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