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남미] 묘지서 꺼낸 어머니 유골과 함께 생활한 여성

송현서 기자
업데이트 2021-07-22 09:21
입력 2021-07-22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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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친의 무덤을 파헤친 여자가 형사처벌을 받게 됐다. 여자는 정신질환을 앓고 있지만 질병이 면죄부가 될 수 없다는 게 사법 당국의 설명이다.

사건은 최근 볼리비아 벨리사리오 보에토 지방 비야 세레노 공동묘지에서 발생했다.

이름이 공개되지 않은 문제의 여자는 대낮에 공동묘지에 들어가 모친의 무덤을 파헤치고 유골을 꺼냈다. 모친이 사망해 공동묘지에 묻힌 건 이미 수개월 전이다. 

대낮에 벌인 일이지만 목격자는 없었다. 공동묘지 측은 "파묘 현장을 발견하고 (뒤늦게) 사건을 알았다"며 "아무도 현장을 목격한 사람은 없었다"고 했다. 

모친의 유골을 이불에 싼 뒤 집으로 모셔간 여자는 자신의 침대 옆자리에 눕히고 함께 잠을 잤다. 

하지만 사망한 엄마와의 동침은 오래가지 못했다. 유골에서 풍기는 악취가 동내에 진동하면서 경찰에 신고가 들어간 것이다. 

경찰은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했을 때 문 앞에서부터 역겨운 냄새가 진동했다"며 "부패한 시신에서 나는 냄새라는 걸 바로 알아차릴 수 있었다"고 말했다. 

여자의 침대에 누워 있는 유골을 발견한 경찰은 여자에게 이유를 물었지만 여자는 황당한 말을 되풀이할 뿐이었다. 

여자는 "누군가 어머니의 묘를 훼손하려 했다"며 "어머니의 유골을 보호하기 위해 집으로 모신 것"이라고 했다. 

경찰은 "처음엔 장난처럼 들렸지만 황당한 주장을 하는 여자는 매우 심각했다"며 "여자가 진실을 말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고 말했다. 

경찰은 유골을 다시 공동묘지로 돌려보내고, 여자를 연행했다. 이 여성은 공중보건을 위협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관계자는 "묘지를 파헤치고 유골을 꺼낸 부분에 대해선 법 적용이 애매한 측면이 있지만 유골을 주거지역으로 옮긴 건 공중보건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 된다"고 말했다. 

여자는 정신질환을 앓고 있지만 면책사유가 되진 않는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사건을 맡은 검사 윌슨 바리엔토스는 "여자가 정신질환을 갖고 있는 건 분명해 보인다"면서도 "그렇다고 형사처벌의 면책사유가 되진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법조계 일각에선 "다른 병도 아닌 정신질환이라면 고의를 입증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형사처벌에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사진=유골을 수습 중인 경찰 (출처=볼리비아 경찰)

손영식 해외통신원 vonis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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