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밀반입 조직 우두머리 잡고보니 79살 스페인 할머니

박종익 기자
업데이트 2021-08-17 09:46
입력 2021-08-17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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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순을 바라보는 나이에 왕성하게 활동하며 마약을 팔던 스페인 할머니가 경찰에 붙잡혔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스페인 경찰은 최근 포르투갈 경찰과의 공조로 마약을 밀반입해 팔던 조직을 검거했다. 붙잡힌 사람은 모두 3명, 이 가운데 우두머리는 79살 할머니였다.

할머니는 스페인 카탈루냐 타라고나에 살고 있었지만 붙잡힌 곳은 포르투갈 빌라헤알이었다. 할머니가 국경을 넘어 포르투갈로 간 이유는 여행을 끔찍하게 사랑해서 아니라 '비즈니스' 때문이었다.

할머니는 포르투갈과 스페인을 무대로 활동하며 마약을 밀매했다. 할머니는 회사까지 설립, 중남미에서 산호석을 수입해 판매하는 기업인 행세를 했지만 그의 본업은 마약장사였다.

회사는 허울뿐이었지만 할머니의 사업수단은 대단했다. 스페인 경찰에 따르면 할머니는 포르투갈이나 스페인으로 밀반입하는 마약의 대금을 선불로 마련하곤 했다.

"XX까지 코카인을 들여다 넘겨줄 테니 미리 돈을 달라"고 거래처를 설득해 이 돈으로 사업을 했다. 수사 관계자는 "이런 식으로 마약자금을 조달한 경우는 극히 이례적"이라며 "자기 돈 한 푼 없이 코카인 장사를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할머니는 스페인 출신이었지만 포르투갈을 마약 루트로 이용했다. 중남미에서 코카인을 구해 정상적인 수입품으로 속여 포르투갈로 반입한 뒤 스페인으로 가져가 파는 식이었다.

산호석을 수입해 판매한다고 신고를 하고 회사를 세운 곳도 포르투갈이었다. 할머니와 함께 붙잡힌 공범은 각각 60살과 26살 된 두 명의 남자였다.

경찰에 따르면 60살 남자는 매니저 역할을 하며 마약거래를 주도했다. 26살 남자는 컨테이너에 숨긴 코카인을 찾아내 빼내는 현장기술자 역할을 맡았다.

스페인 경찰은 "조직이 컨테이너에 선적한 물품이 아니라 컨테이너 자체에 비밀공간을 만들어 코카인을 숨겨 들여오곤 했다"며 "20대 남자는 이렇게 숨긴 코카인을 찾아내 꺼내는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수사를 계속 확대하고 있어 조직과 연관된 인물을 추가로 검거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한편 사건에 언론에 보도되면서 붙잡힌 할머니에겐 '마약할머니'라는 별칭이 붙었다.

손영식 해외통신원 vonis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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