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베트남] 불임 시술 ‘명의’ 치료사...알고보니 본인이 임신시켜

박종익 기자
업데이트 2021-09-28 09:21
입력 2021-09-28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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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임으로 고통받던 부부에게 두 아들을 낳게 해 준 의사, 하지만 '명의'가 아닌 본인의 자식을 갖게 한 사실이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베트남 현지 언론 VN익스프레스는 25일 박장성 륵응안현 경찰이 강간 혐의를 받고 있는 불임 치료사(46, 남)를 수사 중이라고 전했다.

호아씨 부부는 지난 2015년 결혼해 아이를 갖기 원했지만, 수년째 임신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에 2017년 말 이 지역에 불임 치료에 능한 치료사가 있다는 소문을 접한 부부는 고심 끝에 그를 찾아갔다.

3개월의 치료 기간을 마친 후 호아씨 아내는 정말로 임신에 성공했고, 2018년 말 아들을 낳았다. 2020년에도 부부는 계속해서 치료를 받아 2012년 5월에 또 한 명의 아들을 낳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호안씨는 아이들이 자랄수록 본인과 닮은 곳이 없다는 점에 의심을 품고, 지난달 모발 샘플을 채취해 DNA 검사를 받았다. 그 결과 두 아들이 모두 친자가 아닌 것으로 판명이 났다.

아내를 추궁하자, 아내는 "불임 치료 중 치료사가 경락이 막힌 곳을 뚫어야 한다면서 밀실로 데려 갔다"고 털어놨다. 당시 남편이 밀실 밖에서 기다리겠다고 했지만, 치료사는 허락하지 않았다.

지난달 중순 호아씨 부부는 치료사를 강간 혐의로 고소하고, 치료사의 DNA 샘플을 채취해 두 아들과 친자 확인 검사를 했다. 그 결과 두 아들은 치료사의 친자일 확률이 99.99%로 나왔다.

경찰 조사에서 치료사는 "호아씨 아내와 여러 번 성관계를 했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그녀가 임신을 도와달라고 간청해서 벌인 일"이라고 말했다.

반면 호아씨 아내는 "치료사가 불임 치료를 위해 막힌 경락을 뚫어야 하는데, 그러려면 성관계를 해야 한다고 강요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사건이 치료사와 아내, 두 사람만 있을 때 발생했기 때문에 누구의 증언이 사실인지 확인할 수 없다"면서 "하지만 치료사의 행동이 결혼 가족에 관한 법률을 위반하고, 허가 없이 의료 검진과 치료를 제공했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사안은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호안씨 부부의 변호사는 "치료사의 행동은 아이를 갖고 싶어 하는 아내의 욕구를 이용한 강간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치료 중 쑥을 태우는 행위 등을 통해 아내의 통제력을 마비시켰다고 전했다. 또한 호안씨 부부는 치료사에게 불임 치료 비용으로 250만 동(한화 13만원)을 지급했는데, 사실상의 치료가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사기죄가 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호안씨 가족은 "안타깝지만, 두 아들을 온 가족이 보살피고 사랑으로 키울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불임과 난임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이런 사기 행각에 놀아나지 않도록 이번 일을 공개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이종실 호찌민(베트남)통신원 litta74.le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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