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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옷 입었다가 남자교도소 가게 생긴 트렌스젠더 논란

수정: 2021.09.29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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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8일 워싱턴포스트는 이슬람율법 샤리아 위반 혐의로 수배령이 떨어졌던 말레이시아 트렌스젠더 사업가 누르 사자트(36, 본명 무하마드 사자드 카마루즈 자만)가 불법 입국 혐의로 태국 경찰에 체포됐다고 보도했다.

이슬람 종교행사에 여성복을 입고 나타났다가 기소된 말레이시아 트랜스젠더가 태국에서 붙잡혔다. 28일 워싱턴포스트는 이슬람율법 샤리아 위반 혐의로 수배령이 떨어졌던 말레이시아 트렌스젠더 사업가 누르 사자트(36, 본명 무하마드 사자드 카마루즈 자만)가 불법 입국 혐의로 태국 경찰에 체포됐다고 보도했다. 태국은 말레이시아 당국의 지속적 송환 요구에 따라 사자트 추방을 진행할 예정이다.

키사나 파다나차로엔 태국 경찰 부대변인은 “시간이 걸릴 수 있으나 사자트 추방이 진행 중이며, 많은 요인이 고려될 것”이라고 밝혔다. 타니 상랏 태국 외무부 대변인은 “태국 법과 인도주의 원칙에 근거하여 이 문제를 고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사자트는 2018년 이슬람 종교행사에 말레이시아 여성 전통의상 바주 쿠룽을 입고 갔다가 당국 조사를 받았다. 말레이시아 당국은 지난 1월 사자트를 이슬람교 모욕 혐의로 기소했다.


동성애도 성전환도 ‘불법’ 쏟아진 살해 위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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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자트는 2018년 이슬람 종교행사에 말레이시아 여성 전통의상 바주 쿠룽을 입고 갔다가 당국 조사를 받았다. 말레이시아 당국은 지난 1월 사자트를 이슬람교 모욕 혐의로 기소했다.

국교가 이슬람교인 말레이시아는 인구 60%가 무슬림이다. 무슬림에게는 이슬람 율법 샤리아가, 비무슬림에게는 민법이 적용되는 이중 법 체계를 갖추고 있다. 이슬람 법 체계에서 무슬림의 성전환은 동성애와 마찬가지로 불법이다. 관련법에 따라 최고 3년의 징역형과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사자트는 이런 위험을 무릅쓰고 공개적으로 트랜스젠더 여성임을 밝혔다. 유명 웹예능에 잇따라 출연하며 트랜스젠더 여성의 삶을 대중에 공개했다. 화장품 사업을 병행하며 기업가로서의 입지도 다졌다.

하지만 현지 이슬람 공동체는 사자트의 이 같은 행보를 용납하지 않았다. 여성복을 입고 이슬람 종교행사에 등장한 사자트를 법으로 다스렸으며, 개종 의사를 밝힌 그에게 위협을 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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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트는 “(안티 트랜스젠더 때문에) 종교를 포기하고 싶어졌다. 우리는 잘못한 게 없는데, 사람들은 우리를 나쁘다고 비난한다”는 내용의 동영상을 자신의 SNS에 올렸다가 숱한 살해 위협에 시달렸다. 사자트 같은 무슬림이 기독교나 힌두교 등으로 개종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헌법이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지만, 샤리아가 금지 규정을 명확히 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사자트는 말레이시아를 탈출, 태국으로 도피하기에 이르렀다. 지난 2월 그가 샤리아 고등법원 청문회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자 말레이시아 당국은 여권을 취소하고 체포영장을 발부, 수배 조처를 내렸다. 도피 생활을 이어가던 사자트는 지난 8일 불법입국 혐의로 태국 경찰에 체포됐다. 2주에 한 번 이민국에 신상을 보고한다는 조건으로 보석금을 내고 풀려났지만, 추방 가능성이 높다.


호주 망명 원하지만…‘치료’ 해주겠다는 이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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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트는 일단 호주로의 망명을 원하고 있다. 말레이시아 일간 더스타와 하리안 메트로에 따르면 사자트는 유엔난민기구(UNHCR)에 난민 신청을 했다. 익명의 태국 당국자는 그가 유엔난민기구 태국 방콕 사무소에서 망명 신청자 카드를 발급받았다고 귀띔했다.

유엔난민기구가 발급하는 망명 신청자 카드는 체포 위험을 줄일 수 있는 수준의 보호를 제공한다. 물론 말레이시아에서 이 카드는 공식적으로 그 어떤 법적 가치도 없지만, 유엔난민기구는 사자트가 본인 의사에 반하여 송환되지 않도록 노력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말레이시아는 사자트 송환을 강력히 요구하며 태국을 압박하고 있다. 압드 잘릴 하산 말레이시아 범죄수사국장도 경찰과 외교부, 법무장관실이 사자트를 되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산 국장은 기자회견에서 사자트의 본명을 언급하며, 그에게 ‘좋게좋게 가자’는 식으로 귀국을 권고했다고 설명했다. 말레이시아 당국은 기존 혐의에 더해 공무집행방해혐의를 추가해 사자트를 기소한 상태다.

말레이시아 당국은 또 사자트의 성 정체성을 바꾸는 ‘전환 치료’ 계획도 밝혔다. 26일 종교 사건을 다루는 이드리스 아마드 말레이시아 총리부 상원의원은 “사자트에 대한 지도와 상담을 제공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아마드 의원은 “만약 그가 잘못을 인정하고 진정한 본성으로 돌아가고싶어하면 아무 문제가 없다. 우리도 그를 처벌하고 싶지 않다. 단지 교육하고 싶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트렌스젠더 여성을 남성 교도소에…이슬람 성소수자 인권 밑바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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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성소수자(LGBTQ) 단체는 사자트가 체포되면 트렌스젠더 여성임에도 남성 수용 시설에 갇힐 것을 우려했다. 또 사자트 체포 이후 성소수자에 대한 반감이 더욱 커졌다고 호소했다. 말레이시아 트랜스젠더 인권단체 ‘저스티스 포 시스터스’는 24일 성명을 통해 성소수자 처벌 강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아졌다고 전했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에 따르면 말레이시아 내 트렌스젠더는 그간 성폭행과 신체적 학대, 의료 및 고용 차별, 임의 체포, 투옥 등 갖은 핍박을 당했다. 사자트가 유명해진 뒤로는 그 정도가 더 심해지는 모양새다. 1월 총리부 차관이 나서서 성소주자 처벌 강화를 언급한 데 이어, 6월에는 정부 태스크포스가 이슬람교를 모욕하고 성수소자 생활방식을 장려하는 소셜미디어 이용자에 대해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이슬라법을 개정할 것을 제안했다. 말레이시아 당국자들은 이제 트랜스젠더의 모스크 등 이슬람교 예배당 출입을 금지하는 방안까지 고려 중이다.

필 로버트슨 휴먼라이츠워치 아시아 담당 부국장은 “사자트에 대한 말레이시아의 터무니없는 괴롭힘과 박해는 그 나라가 성소수자 사회에 얼마나 억압적이고 학대적인지를 부각시킨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성소수자 공동체를 때려눕히고 궁극적으로 억압하기 위해 종교를 곤봉처럼 휘두르고 있으며, 사자트와 같은 트랜스젠더가 그 피해를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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