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히면 강간, 늘 수류탄 자폭 준비”…우크라 여성 저격수 사연[우크라 전쟁]

송현서 기자
업데이트 2022-12-31 16:10
입력 2022-12-31 16:10
이미지 확대
최전선 투입을 앞두고 훈련 중인 우크라이나 여성 저격수 ‘피닉스’와 ‘옥사나’. 이코노미스트 제공
원본 이미지입니다.
손가락을 이용하여 이미지를 확대해 보세요.
닫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시작된 전쟁이 10개월 넘게 이어지는 가운데, 자국 영토를 지키기 위해 총을 든 우크라이나 여성 저격수들의 사연이 소개됐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의 28일 보도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서부 전선에서 훈련 중인 여성 저격수 술탄(24세, 전투명)은 북부 전선 투입을 앞두고 있다.

우크라이나 특수부대 저격수 소속인 그녀는 지원자 90명 가운데 최종 선발됐다. 최종 선발자는 총 5명으로, 술탄과 옥사나(전투명), 피닉스(전투명) 등 3명은 여성이고 나머지 2명은 남성이다.

일반적으로 저격수는 최소 1년 6개월 동안 훈련을 받아야 하지만, 전쟁이 이어지는 상황에서는 훈련 몇 주 만에 전장에 배치되기도 한다.

술탄은 교관의 지시에 따라 186m 떨어진 거리에 있는 목표물을 정확히 맞추는데 성공한 뒤 “나는 자녀와 남편을 두고 전쟁터에 나왔다”면서 “내 딸의 세대는 푸틴과 그의 미친 세상을 상대할 필요가 없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최전선 투입을 앞둔 또 다른 여성 저격수 옥사나는 “늘 수류탄을 품고 다니며 자폭을 준비한다”는 충격적인 고백을 했다.

그녀는 “여성 저격수는 적군에게 잡히면 강간‧고문당한 뒤 처형될 것”이라면서 “그래서 늘 수류탄 자폭을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나 말랴르 우크라이나 국방부 차관에 따르면, 현재 우크라이나의 여군 규모는 약 3만 명으로, 공식적인 사전 징집병의 20%에 달한다. 이중 이 시간에도 전선에서 조국 수호에 목숨을 내놓고 싸우는 여군은 5000명 이상이며, 여성 저격수도 수십 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지 확대
현대판 ‘죽음의 숙녀’로 불리는 차콜은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에서 싸우다 지난 1월 전역했지만, 2월 24일 러시아가 침공하자 재입대한 여성 저격수다
원본 이미지입니다.
손가락을 이용하여 이미지를 확대해 보세요.
닫기
전쟁 초기인 지난 4월에는 우크라이나군이 ‘여성 영웅 저격수’ 차콜(전투명)의 모습을 공개해 사기를 높인 바 있다.

현대판 ‘죽음의 숙녀’로 불리는 차콜은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에서 싸우다 지난 1월 전역했지만, 2월 24일 러시아가 침공하자 재입대한 여성 저격수로 알려졌다.

당시 뉴욕포스트는 “‘차콜’은 전쟁 초기 러시아 전투기 수 대를 격추하며 유명해졌던 우크라이나 조종사 ‘키이우의 유령’처럼 인기를 끌고 있다”고 보도했었다.

러시아 “휴전협상? 우크라이나 점령지 4곳 병합 인정부터

한편, 러시아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평화 제안에 대해 “우크라이나 내 4곳 지역이 러시아에 병합된 소위 ‘새 현실’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집하고 있다.
이미지 확대
블라디미르 푸틴(왼쪽) 러시아 대통령. 볼로디미르 젤렌스키(오른쪽) 우크라이나 대통령. 타스·EPA 연합뉴스
원본 이미지입니다.
손가락을 이용하여 이미지를 확대해 보세요.
닫기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26일 타스통신 인터뷰에서 “러시아의 새로운 영토 4곳에 대한 러시아의 제안을 이행하지 않으면 군사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러시아는 지난 9월 우크라이나 도네츠크, 루한스크, 자포리자, 헤르손 4곳 점령지에서 주민투표를 열고 찬성 우세로 러 연방 병합을 발표했다. 그러나 헤르손의 경우 한 달 만인 10월 러시아군이 후퇴하면서 현재 우크라이나군이 통제하고 있다.

러시아는 평화협상을 위한 선제 조건으로 병합된 점령지 4곳을 우크라이나가 ‘포기’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우크라이나는 결단코 영토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뜻을 강조해왔다.

도리어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현재 점령지 4곳뿐만 아니라 2014년 점령한 크름반도(크림반도)까지 모두 반환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평화협상은 평행선을 이어가고 있다.

송현서 기자 huimin0217@seoul.co.kr

에디터 추천 인기 기사

많이 본 뉴스

120년 역사의 서울신문 회원이 되시겠어요?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