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식력 떨어지는 원숭이가 목소리는 더 크다” (연구)

수정 2015-10-23 17:52
입력 2015-10-23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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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이 모든 장점을 가질 수는 없다’는 격언은 동물의 세계에서도 똑같이 적용되는 것일까? 최근 영국 캠브리지 대학교 연구팀은 중남미지역에 서식하는 원숭이 일종인 ‘짖는원숭이’(howler monkey)들의 신체를 조사해본 결과 이들 중 큰 성대를 가진 개체일수록 그 고환이 더 작다는 사실을 알아냈다고 밝혔다.

짖는원숭이들은 몸무게 7㎏정도에 소형견 크기의 몸을 지닌 작은 생물이다. 이들은 그러나 최대 128㏈(데시벨)의 커다란 울음소리를 내며 5㎞ 밖에서도 그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는 일반적인 공사장 소음(약 100㏈)보다도 큰 음량이다.

또한 짖는원숭이들의 목소리는 작은 몸집에 어울리지 않게 호랑이의 울음소리만큼이나 낮고 깊은데, 이는 이들의 성대가 인간의 세배가 넘을 정도로 크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연구팀은 설명한다. 짖는원숭이들은 이러한 울음소리를 통해 적을 쫓아내고 암컷을 유혹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팀은 3D레이저 스캐닝으로 짖는원숭이들의 발성기관 및 고환 크기를 각각 측정해본 결과 원숭이들의 성대가 클수록 고환은 더 작으며 따라서 정자 생산량 또한 더 적다는 사실을 알아냈다고 밝혔다.

연구를 이끈 캠브리지 대학교 제이콥 던 박사는 “진화학적 관점에서 봤을 때 모든 수컷 동물들은 최대한 많은 자손을 생산하려 노력하게 돼있다”며 “그러나 생식기관과 다른 신체기관을 함께 잘 발달시키는 것은 힘든 일”이라고 말한다.

연구팀은 성대가 더 큰 짖는원숭이의 경우 해당 기관을 발달시키는데 너무 많은 자원을 소모해 생식기관을 발달시킬 여력이 남지 않았던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던 박사는 “다른 여러 생물종들에서도 신체의 크기나 색상, 뿔이나 송곳니의 크기 등 기타 신체기관의 발달에 에너지를 투자한 개체일수록 그 생식능력은 상대적으로 더 떨어지는 현상이 확인된 바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성대가 큰 짖는원숭이들의 고환이 작은 것은 어쩌면 큰 목소리만으로도 경쟁자 수컷들을 충분히 몰아낼 수 있기 때문에 생식기관을 발달시킬 필요가 없기 때문일지도 모른다고 연구팀은 덧붙였다.

실제로 성대가 큰 원숭이들이 오히려 더 많은 암컷을 거느린다는 점이 이번 연구를 통해 드러났다. 연구팀에 따르면 성대가 큰 수컷 원숭이는 혼자 여러 마리 암컷과 함께 무리를 이루어 살아가며 이 암컷들 중 자신이 원하는 상대와 짝짓기를 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반면 고환이 큰 원숭이들은 주로 같은 수컷끼리 몰려다니며 소수의 암컷만을 공동의 짝으로 가지는 것으로 드러났다.

따라서 성대가 작은 원숭이들은 몇 마리 암컷 원숭이들을 두고 서로 경쟁을 벌여야 하는 상황에 처해있는 셈. 연구팀은 이들의 고환 크기가 큰 것 역시 더 건강한 정자를 더욱 많이 생산해 번식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진화학적 노력의 일환일 수 있다고 전했다.

사진=ⓒ포토리아

방승언 기자 earny@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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