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머릿속 지우개’…48시간 뒤면 기억 잃는男

강경윤 기자
수정 2012-07-18 18:14
입력 2009-10-08 00:00
치매를 앓는 여자와의 사랑이야기를 그린 영화 ‘내 머리 속의 지우개’와 비슷한 사연을 가진 30대 영국 남성의 사연이 외신에 소개돼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영국 에식스 주에 사는 앤디 레이(32)는 경찰관으로 일할 때 받은 스트레스로 48시간이면 기억을 모두 잃어버리는 극심한 정신적 후유증을 앓고 있다고 일간 텔레그래프가 전했다.

레이는 2000년부터 4년 간 경찰관으로 일하다가 심한 두통과 어지럼증을 느껴 병원에 간 그는 분열성 기억상실증을 진단 받았다.

끔찍한 범죄 현장과 자살 등을 목격하면서 쌓인 극심한 충격으로 트라우마(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 시달린 것.

일을 그만 두고도 점차 기억을 잃던 그는 급기야 가족도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상태가 악화됐다.

레이의 부인인 조(34)는 “남편은 13년 간이나 함께 산 기억을 모두 잃어버렸다. 우리는 남남이 됐고 새로운 연인처럼 다시 사랑을 키워야 했다. 손을 잡는데만 6개월이 흘렀다.”고 회상했다.

그가 기억할 수 있는 기간은 48시간에 불과해 종종 일기에 “클로에라는 꼬마가 자신이 내 딸이라고 한다. 조라는 여성과 대화를 했는데, 기억이 없다.”고 쓸 정도였다.

정신과 치료를 받으며 슈퍼마켓에서 일하는 그는 “아내와의 결혼식이나 딸이 태어난 날은 기억할 수 없지만 그들을 너무나 사랑한다.”면서 “이 기억을 잊을까봐 가족과 떨어지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강경윤기자 newsluv@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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