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터리 마법사 골치 아프네” 코스타리카 경찰 고민

송종길 기자
수정 2010-08-24 08:23
입력 2010-08-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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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미 코스타리카가 난무하는 엉터리 마법사 때문에 골치를 앓고 있다.

신통한 능력을 가졌다는 허위 광고에 깜빡 넘어가는 피해자가 속출하고 있어서다. 급기야 경찰이 나서 마법사라는 직업을 규제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코스타리카 사법경찰에 따르면 당국에 접수되는 마법사 사기 대한 피해신고는 10건 정도. 하지만 신고되지 않는 사건을 포함하면 피해자는 엄청나게 많다는 게 코스타리카 사법경찰의 설명이다.

피해신고가 적은 건 마법사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다. 행여나 마법사가 진짜 신통력을 갖고 있다면 앙갚음을 할 수 있다고 걱정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

경찰은 “마법사를 찾아간 사실을 부끄럽게 생각하는 사람이 있고, 혹시라도 마법사가 정말 신통력이 있을 경우 저주를 받을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래서 엄청난 경제적 피해를 보고도 입을 꽉 다물고 가슴만 치는 사람이 많다.

경찰에 따르면 최근 코스타리카의 한 부자 농부는 병을 고치고 숨은 물건을 찾아내는 데 탁월한 능력이 있다는 한 마법사를 찾아가 선뜻 미화 4만6000달러(약 5억5000만원)을 건냈다. 만성적인 등의 통증을 고쳐달라고 부탁하면서다.



옛날 중미 인디언들이 숨겨놓은 보물을 발견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부탁도 했다. 마법사는 열심히 주문을 외워주고 지도를 펴 보물이 묻혀 있다는 곳을 찍어줬다. 물론 병도 낫지 않고, 보물도 나오지 않았다.

복권을 사는 사람들도 마법사에게 달려가 ‘1등 당첨 축복’을 부탁하고 있다. 경찰은 “최근에 한 남자가 복권 1등에 당첨되게 해 달라면서 마법사에게 거금 1만 달러(약 1200만원)를 지불했지만 돈만 날린 일이 있었다.”고 밝혔다.

경찰은 “사건이 신고되면 마법사들이 받은 돈을 돌려주며 합의를 하고 있어 사기혐의로 처벌하기도 쉽지 않다.”며 서둘러 직업규정을 만들어 엉터리 마법사로 인한 피해를 줄이는 수밖에 없다고 한숨을 내쉬고 있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해외통신원 손영식 vonis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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