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이 공개한 ‘파안대소 시진핑’…中서 절대 볼 수 없는 이유는

윤태희 기자
윤태희 기자
수정 2025-11-04 13:07
입력 2025-11-04 13:07

CNN “트럼프 회담 중 웃는 시진핑, 中 매체·SNS에선 삭제”
‘엄숙한 지도자상’ 뒤의 인간적 표정…검열로 가려진 백악관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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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25년 10월 30일 한국 부산 김해공군기지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양자회담을 하고 있다. 백악관 제공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25년 10월 30일 한국 부산 김해공군기지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양자회담을 하고 있다. 백악관 제공


미국 백악관이 공개한 한 장의 사진이 전 세계의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달 30일 부산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회담 중 눈을 감고 웃는 장면이 포착됐다.

‘엄숙하고 절제된 지도자상’을 유지해온 시 주석의 이례적인 표정은 중국 내부에서는 좀처럼 보기 어려운 모습이었다.

CNN “중국에선 볼 수 없는 시진핑의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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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부산 김해공군기지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 중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문서를 보여주고 있다. 백악관 제공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부산 김해공군기지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 중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문서를 보여주고 있다. 백악관 제공


CNN은 4일 “백악관이 공개한 사진에는 중국에서 보기 힘든 시 주석의 표정이 담겼다”며 “트럼프 대통령과의 부산 회동에서 시 주석이 미소를 짓고 왕이 외교부장과 함께 웃는 장면이 포착됐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두 정상은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차 한국을 방문해 부산 김해공군기지 내 회의장에서 양자 회담을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백악관은 촬영한 사진들을 트럼프 대통령의 공식 채널을 통해 공개했다.

이 가운데 특히 시 주석이 평소의 무표정한 태도 대신 눈을 감고 크게 웃는 ‘파안대소’ 장면이 화제를 모았다. 그러나 해당 사진은 중국 내 주요 언론과 소셜미디어(SNS)에서는 아예 찾아볼 수 없었다. CNN은 “중국의 대표 플랫폼인 더우인(중국판 틱톡)과 샤오홍슈 등에서는 관련 게시물이 삭제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선물 교환 자리서 농담한 시진핑…“백도어 있는지 확인해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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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오른쪽)이 1일 경주화백컨벤션센터(HICO)에서 열린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의장국 인계식에서 2026 APEC 의장국인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에게 의장직을 넘기며 악수하고 있다. 2025.11.1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오른쪽)이 1일 경주화백컨벤션센터(HICO)에서 열린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의장국 인계식에서 2026 APEC 의장국인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에게 의장직을 넘기며 악수하고 있다. 2025.11.1 연합뉴스


또 다른 장면에서는 회담 이틀 뒤 시 주석이 이재명 대통령과 선물을 주고받으며 농담을 나누는 모습이 포착됐다. 이 대통령이 바둑판 모양의 목재 선물을 건네자 시 주석은 중국제 샤오미 스마트폰 두 대를 선물하며 “이 화면은 한국산 부품으로 만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이 대통령이 “통신 보안은 괜찮습니까?”라고 묻자 시 주석은 웃으며 “백도어가 있는지 직접 확인해보라”고 응수했다.

CNN은 “이른바 ‘백도어’ 보안 문제를 두고 미·중 간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시 주석의 농담은 유연한 외교 제스처로 읽힌다”고 분석했다. ‘백도어’는 사용자의 인지 없이 외부에서 기기 접근이 가능한 보안 취약점을 의미한다.

이러한 장면은 중국 내에서 철저히 관리된 시 주석의 이미지와 뚜렷한 대조를 이룬다. 그는 최근까지 마오쩌둥식 인민복을 입고 군사 퍼레이드를 지휘하며 ‘엄격한 통치자’ 이미지를 강조해왔지만, 이번 부산 일정에서는 웃고 농담하는 장면이 외신 카메라에 잡혔다.

CNN은 “시 주석이 이재명 대통령과 선물을 교환한 장면 역시 중국 내에서는 보도되지 않았으며 해외 중국어 매체를 통해서만 일부 게시됐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이번 장면이 단순한 외교 이벤트를 넘어 미국이 중국 내부의 여론전·이미지 전략을 의식한 ‘소프트 파워’ 행보일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한 외교 전문가는 “백악관이 공개한 시 주석의 ‘웃는 얼굴’은 중국 내 검열된 이미지와 대조를 이루며 국제무대에서의 시진핑 재조명을 노린 것”이라고 분석했다.

윤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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