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잼 사이언스] 지구최강 생명체 ‘곰벌레’ 생존 비결은?…DNA에 전기 실드 친다
윤태희 기자
수정 2020-08-26 16:22
입력 2020-08-26 13:39
곰벌레의 DNA는 특수 단백질로 보호돼
2016년 연구자들이 곰벌레의 이런 내성 유전자(Dsup)를 인간 세포에 이식함으로써 세포의 방사선 내성을 극적으로 높이는 데 성공했지만, Dsup이 어떤 구조로 DNA를 보호하는지 그 상세한 분자 메커니즘은 풀리지 않았다.
특수 단백질이 DNA에 ‘전기 실드’ 제공
이들 연구자는 며칠에 걸친 슈퍼컴퓨터의 연산 끝에 Dsup가 ‘기본적으로 무질서’하며, ‘높은 유연성’을 갖추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 이런 무질서함과 높은 유연성 덕분에 Dsup은 위 이미지와 같이 DNA 형태에 딱 맞게 결합할 수 있었다. 중간의 붉은 선이 DNA로 그 주위에 Dsup 2개가 둘러싸고 있다. 또 Dsup의 결합에 의해 DNA의 주위에는 특수한 전기력선들을 형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전기력선들이 정전 차폐가 돼 방사선이나 자유라디칼(활성산소)로부터 DNA를 전기적으로 차폐하고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왜 이렇게 강한 내성을 지닌 것일까?이번 연구를 통해 Dsup이 DNA와 비특이적으로 결합해 DNA를 방사선과 활성산소의 피해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구조적인 지원뿐만 아니라 전기적 차폐를 제공했음을 시사했다. Dsup은 자외선 차단제처럼 DNA를 보호해 곰벌레의 불멸성을 높이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곰벌레의 생존 능력은 지구에서 생활하는 데 있어 ‘오버 스펙’이라고 할 수 있다. 보통 지구상의 다세포 생물에 우주 공간에서 열흘 이상 살아남을 능력은 필요 없다. 마찬가지로 우주 방사선에 대한 내성과 절대 영도에서 150℃를 넘는 폭넓은 온도에서 살아남는 능력도 잉여일 것이다.
이런 능력이 탈수 상태에 대한 내성을 높여간 결과로 얻어진 부산물인지 아니면 과거 곰벌레는 이런 스펙을 요구하는 환경에 노출됐을 가능성도 생각할 수 있다. 그런 환경은 진공이고 강렬한 방사선이 날아오며 절대 영도와 물 끓는 점을 넘는 온도였을지도 모른다. 일반적으로 이런 환경은 안정된 대기가 존재하는 지구가 아니라 우주에 존재한다. 곰벌레가 우주에서 진화했는지 어떤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남아도는 스펙의 출처는 앞으로도 탐구 대상이 될 것이다.
자세한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 최신호(8월 7일자)에 실렸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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